한 통의 이메일이 이 일의 시작이었다. 작업 치료사가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질환 관리 교육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강의 장소가 왕복 세 시간가량 걸리는 곳이어서 순간 망설임도 있었으나, 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꼭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돌이켜 보니 지금까지 요양 보호사, 공무원, 연구자 등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 왔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한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부끄러움과 함께, 이번 기회에 좋은 교육을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곧 현실적인 고민이 다가왔다.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기존의 시각 자료는 무용지물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인들에게 상황을 공유하였고, 팟캐스트 형식의 청각 교육 자료를 제작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마침 연구 협력 중인 기업에서 팟캐스트 제작 특강을 해 주겠다고 하였고, 나는 대학에서 지원하는 프로젝트 운영비를 신청하였다. 동시에 내가 지도 교수로 있는 간호 인공 지능 동아리(NAVI, Nursing AI Vision Initiative)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여기에 청각학 전공 교수와 시각 장애인 학교 교사의 자문이 더해졌다.
이 과정을 통해 나와 학생들은 우리가 시각 장애인에 대해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던 것이 많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