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다시, 나의 일상으로
변상희
나는 2025년 4월, 뇌출혈로 두개골을 여는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언어 장애와 오른쪽 편마비가 생겼고, 예전과는 다른 몸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스스로를 떠올릴 때면 가끔은 ‘불편한 거북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느리고, 하고 싶은 만큼 몸이 따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집 안에서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재료를 손질하거나 설거지를 하기는 어렵지만, 라면을 끓이거나 밥을 차려 먹는 정도는 할 수 있다. 또 혼자 씻을 수 있고, 옷이나 양말도 혼자 입고 신을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가족들이 조금은 안심하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도 다행이고 위로가 된다.
하지만 야외 활동은 아직 혼자 하기가 두렵다. 넘어질까 봐 무섭고, 아직은 혼자 밖에 나가는 일이 무리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걷는 것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하는 것 같아 괜히 땅만 보고 걸을 때도 많다. 혹시 나를 안쓰럽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더 움츠러든다.
‘괜찮아, 나는 끄떡없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현실을 바로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말하고, 걷고, 양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많다. 아직도 마음이 약해질 때가 있지만, 그럴수록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그래서 모임 활동도 2주에 한 번씩 나가고 있다.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식당에서 밥도 먹고, 마트에도 간다. 그렇게 조금씩 지역사회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자 친구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다. 곁에서 함께해 준 사람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장애와 건강 관리 경험 퇴원 후 건강 관리와 재활도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많아졌다. 한 달 동안 보건소에서 네 번 방문을 왔다. 보건소와 군청 담당자가 와서 현재 생활 상황과 심리 상태에 대해 설문지를 작성했다. 또 물리 치료사는 내 몸의 경직 상태와 걸음걸이, 일상에서 불편한 점과 내가 느끼는 어려움을 살펴보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밴드 운동도 알려 주고, 다음 방문 때는 페달 자전거를 렌탈로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기본적인 건강 체크도 받았다. 혈압과 당뇨를 확인했고, 보건소 영양사는 영양 상태와 식단도 점검해 주었다. 다만 식사를 규칙적으로 챙겨 먹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병원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집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챙겨야 하니, 식사와 운동 모두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운동은 재활 병원에서 배운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계속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튜브도 참고하면서 따라 하고 있고, 언어 연습은 전화 통화를 하거나 동요를 따라 부르면서 이어 가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계속 재활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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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건강권과 관련한 바람 대학 병원과 재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버텨 왔고, 13개월 간의 병원 생활 끝에 이제는 집으로 돌아와 또 다른 재활을 시작하고 있다. 나도 퇴원하면 병원 생활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다. 병원에 있을 때는 적어도 치료 체계 안에 있었지만, 퇴원 후에는 필요한 치료를 이어 가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어려움이다.
현재는 입원했던 재활 병원에서 외래로 운동 치료와 작업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어렵다고 들었다. 그것도 대기 환자가 많아서 퇴원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예약 대기 중이다. 결국 다른 병원에도 치료 예약을 해 두었다.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퇴원 이후 재활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기 자체가 큰 부담이 된다.
내 상태가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원활한 이동은 어렵다. 그런데도 뇌 병변 장애 경증 판정을 받았다. 물론 등급만으로 한 사람의 삶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이동의 어려움과 재활의 필요성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애를 가지고 지역사회로 돌아온다는 것은 단순히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아니다.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재활이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퇴원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지원이 더 촘촘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병원에서 집으로, 그리고 다시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회복의 과정이 끊기지 않도록 제도와 서비스가 좀 더 현실에 맞게 보완되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 느리다. 여전히 두렵고, 때로는 울기도 한다. 그래도 조금씩 다시 살아가고 있다. 불편한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더라도, 멈추지 않고 내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장애가 있어도 치료와 재활이 끊기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 더 덜 외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 변화가 더 많은 장애인에게도 함께 오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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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춘계 학술대회 현장 스케치 — 조용히 지나가는 제도, 장애인 통합돌봄을 깨우다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학술위원회
지난 6월 20일 토요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이룸홀에서는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춘계 학술대회가 열렸다. 식전 행사로 문을 열어 폐회에 이르기까지 꼬박 일곱 시간, 결코 짧지 않은 호흡으로 채워진 자리였다. 그 하루의 흐름을 글로 옮겨본다.
세계보건기구 유럽지역사무소, 코펜하겐에서 온 연대의 목소리
식전 행사로 마련된 WHO 유럽지역사무소 시린 키아니(Shirin Kiani) 박사의 특강은 「장애인을 위한 의료 격차 해소: 포용적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WHO 유럽 사무소의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그는 장애인을 단순한 취약 계층이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작지 않은 인구 집단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먼저 강조했다. 이어 청각 장애인 진료 시 화상 수어 통역사를 의사의 책상 위에 배치한 사례,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과 동행할 수 있도록 훈련받은 응급 구조사 양성 체계, 발달 장애인을 위한 지역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발달 장애인 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도록 한 가이드라인 등 유럽 각국의 인상적인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강연을 마치며 키아니 박사가 남긴 질문들―우리는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가, 한국의 주요 보건의료 정책 안에서 장애는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가—은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가 앞으로도 꾸준히 자문하고 답해가야 할 과제로 남았다.
개회식
임재영 회장(서울의대 교수)은 “건강은 병원을 넘어서,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지역 안에서, 그리고 일상 속에서 촘촘히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말로 개회사를 열었다. 이 한 문장은 이날 하루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가 되었다. 이어진 축사에서 (재)돌봄과미래 김용익 이사장은 “올해부터 전국에서 통합돌봄이 시작됐지만 매우 조용하게 지나가고 있다”고 짚으며, 특히 장애인 돌봄 분야는 이용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냉정한 진단을 내놓았다. 뒤이어 김예지, 김선민, 김남희, 최보윤 네 국회의원의 축사가 영상과 육성으로 차례차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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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장숙랑 학술위원장, 임재영 회장, 박종혁 이사장, (재)돌봄과미래 김용익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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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 강연 — ‘조용히 지나가는 제도’를 흔들다
기조 강연 세션의 좌장은 박종혁 이사장(충북의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기조강연자인 김용익 이사장을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아카데믹 액티비스트(academic activist)라는 말로 소개했다. 이어진 40여 분 동안 「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 아래, 참석자들은 김용익 이사장 특유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명쾌한 방향 제시를 접할 수 있었다.
그는 돌봄통합지원법이 문재인 정부의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노숙인 대상 선도사업에서 출발했으나, 윤석열 정부에 이르러 장애인이 빠진 채 노인 중심으로 좁혀졌고, 이재명 정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장애인이 다시 포함된 형태로 시행되었다는 굴곡진 추진 과정을 짚었다. 지역사회 돌봄이라는 개념 속에서 장애인이 실종되었다는 그의 지적은, 오늘날 장애인 통합돌봄이 왜 ‘조용한 시행’에 머물러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자립 생활과 돌봄이 마치 서로 충돌하는 개념처럼 여겨져 온 것은, 제도가 걸어온 역사적 경로에서 비롯된 인상일 뿐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장애학자 아돌프 라츠카(Adolf Ratzka)의 말 — 자립 생활이란 혼자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 형제자매와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동일한 선택권과 통제권을 요구한다는 뜻 — 을 인용하며, ‘상호 의존’이라는 개념 안에서 돌봄과 자립이 만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년기에는 발달 장애, 중년기에는 지체 장애, 노년기에는 감각 장애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연령별 장애 유형의 변화를 짚으며, 장애인 돌봄은 노인 돌봄보다 훨씬 긴 호흡으로, 생애 주기에 맞춘 설계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가장 많은 이의 시선을 붙든 대목은 통합돌봄의 공급 체계를 둘러싼 제언이었다. 그는 우리나라 복지·의료 공급이 압도적으로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면서, 돌봄에서는 무엇보다 질 관리가 생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구축될 통합돌봄의 공급자는 공공과 민간, 사회 연대 경제가 각각 삼분의 일씩을 이루는 구조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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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태풍 대비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 공유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사무국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서 폭우 및 태풍으로 인한 장애인의 건강 피해를 예방하고 재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 카드 뉴스 및 포스터를 배포하여 안내드립니다.
아래 링크에서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폭우·태풍 대비 행동 요령과 안전 수칙을 확인하시고 피해 예방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주변 장애인 당사자, 가족 및 보호자 등에게도 관련 내용을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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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장애인 건강권 교육 『장애와 건강』 안내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사무국
우리 협의회에서는 예비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건강권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높이고 실제적 실천력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장애인 건강권 교육을 실시하고자 합니다.
교육 개요
- 주관: (사)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 주제: 장애인 건강권 교육
- 대상: 보건의료계열 전공 대학(원)생, 장애당사자, 유관기관 종사자 등
- 기간: 2026년 7월 22일(수)~2026년 8월 26일(수), 매주 오전 10시~12시
- 방법: 온라인 교육(비대면 ZOOM 화상)
- 비용: 학생 및 장애당사자 무료, 일반참여자 3만원
- 기타: 본 교육 신청자에 한해 출석률을 반영, 수료증 발급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신청 안내
- 마감: 2026년 7월 21일(신청은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 방법: 아래 구글폼 링크 접속 후 답변 제출(개별 신청)
- 링크: 장애인 건강권 교육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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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 · 인터뷰 지난 한 달간 발표된 장애인 건강과 보건의료에 관한 협의회 회원의 기고나 인터뷰를 선별하여 싣습니다. 회원과 독자의 제보 환영합니다. (kahcpd@gmail.com)
서인환의 회초리서인환 님은 장애인인권센터 대표 이사로 우리 협의회 부회장입니다.
조주희의 포용교육 현장노트 조주희 님은 총신대학교 교수로 우리 협의회 교육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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