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가 피워낸 꽃, 여든의 명랑 할머니*
박언년
내가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문을 두드린 건 꽤 오래전 일입니다. 집 앞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픈 사람이 있는 집에 직접 와서 도와주기도 한다는 동네 사람들의 입소문 때문이었습니다.
나에게는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6년 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고, 지금은 큰아들 명구와 심장 수술을 받은 남편을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마음이 다 그렇듯, 병원 문턱 넘는 게 참 일입니다. 아이가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해서 한 번 소동이 나면 온 힘을 다 빼야 하거든요.
그런데 민들레 나 원장님은 참 대단한 분입니다. 명구가 예방 접종 할 때가 되면 먼저 전화를 주시고, 집으로 찾아와 주십니다. 힘이 센 명구가 난리를 치면 원장님은 기막힌 꾀를 내십니다. 복도 의자에 앉아 나비 구경을 시키며 아이 마음을 슬쩍 돌려놓고는, 등 뒤에 숨겨 온 주사기를 순식간에 꺼내 “명구 씨, 잘 있었나?” 인사를 건네며 눈 깜짝할 새 주사를 놓으시지요.
막내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낼 때였습니다. 집안 곳곳에 세밀하게 챙겨둔 약 봉지와 의료 기구들을 보고 조사를 나왔던 경찰들이 “어머니, 참 대단하십니다.”라며 제 어깨를 토닥여 주더군요. 평생을 그렇게 긴장 속에서 간병만 하며 살았던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민들레를 만나고 나서, 제 삶에는 웃음이라는 새로운 꽃이 피어났습니다.
민들레에서 운영하는 ‘청바지건강반’, ‘건강반’, ‘봉사단’, ‘요가교실’은 이제 제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활력소입니다. 집에서는 환자들 뒷바라지하느라 항상 바쁘고 지치지만, 민들레에 가는 날만 되면 신기하게도 몸이 가벼워집니다. 운동할 때 나이가 들어 동작이 잘 안 될 것 같다가도, 선생님이 “어머니, 젊은 사람보다 훨씬 나으세요!”하고 칭찬해 주시면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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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료사협 건강밥상회(초간단요리모임) 후 기념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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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좋은 건 사람들과의 만남입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다들 “언니, 형님”하며 지냅니다. 요가교실에서 만난 장애인 친구들을 보면 내 자식 같아 한 번이라도 더 다독거리고 안아 주게 됩니다. 내 아픔이 있으니 남의 아픔도 보이고, 그걸 나눌 수 있는 곳이 바로 민들레였습니다.
우리 남편은 나보고 “당신 없으면 난 굶어 죽는다.”고 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왕자님’이지만, 내가 민들레에 가서 즐겁게 활동하는 것만큼은 절대 타박하지 않습니다. 내가 건강하고 밝아야 우리집 두 환자도 돌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요즘 동네 사람들에게 민들레 자랑하기 바쁩니다. 최근에도 이웃 한 명을 조합원으로 이끌었습니다. “혜택도 좋지만,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 우리 같이 운동하며 건강하고 재밌게 살자.”고요. 시집간 딸들에게도 회사 검진은 꼭 민들레에 와서 받으라고 말합니다. 우리 가족을 진심으로 대해 주는 곳이니, 힘을 보태서 돕고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여든의 나이에도 내가 명랑함을 잃지 않는 비결은 참 간단합니다. 나를 알아봐 주는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 있고, 함께 소리 내어 웃어 주는 동료 조합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 집처럼 편안한 민들레가 있어 오늘도 나는 민들레로 출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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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춘계 학술대회 현장 스케치 — 조용히 지나가는 제도, 장애인 통합돌봄을 깨우다 ⑵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학술위원회
2부 — 통합돌봄 현장과 모두의 과제
2부는 (재)돌봄과미래가 기획한 세션으로, 「장애인 통합돌봄 사업의 현황과 단계별 과제」를 주제로 변재관 돌봄과미래 정책위원장이 좌장을, 한신대 휴먼서비스대학 남세현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남세현 교수는 ‘돌봄’이라는 단어가 장애계에서 종종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를 함께 짚어보며, 돌봄과 자립을 서로 대척점에 놓인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이어 그는 일상 속에 자리한 구체적인 장벽들을 열거했다. 키오스크 접근성 의무화가 ‘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일정 면적 이하 매장에서 면제되어 있는 현실, 장애인이 손댈 수 없는 높이로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등이 그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을 지금 해결해두지 않으면, 모든 인프라가 이미 깔린 뒤에는 훨씬 큰 비용을 치르고서야 되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통합돌봄 또한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65세 이상 등록장애인이 전체의 55.3%에 달한다는 통계, 그리고 통합돌봄에 확보된 예산이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을 함께 지적하며, ‘도입기-확산기-완성기’로 이어지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세 명의 지정토론자는 발제에 현장의 숨결을 더했다. 전북장애인종합지원센터 박현정 센터장은 4월 중순부터 시작된 전주시 통합돌봄 사업에서 만난 와상 장애인, 산소호흡기 착용자, 신경계 질환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에는 다양한 서비스를 백화점식으로 준비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가장 절실했던 것은 활동보조와 방문의료, 단 두 가지였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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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재)돌봄과미래 변재관 정책위원장, 전북장애인종합지원센터 박현정 센터장, 홈닥터예방의학과의원 기승국 원장,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이정주 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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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닥터예방의학과의원 기승국 원장(대한예방의학과의사회 초대 회장)은 발표를 듣는 도중 실제로 걸려온 환자 세 명의 전화를 소재 삼아 그 자리에서 사례를 풀어냈다. 만성질환을 여럿 앓는 81세 장애인 환자가 대학병원 진료과마다 따로 진료를 받으면서도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해 보호자가 눈물로 호소했다는 이야기는, 의료전달체계의 분절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일깨웠다. 또한 예방의학적 접근이 장애인 건강권 실현에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경기도장애인복지통합지원센터 이정주 센터장은 냉정한 숫자로 좌중을 환기했다. 정부가 추산한 돌봄 대상자 140만~150만 명 가운데 ‘통합돌봄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은 20만~22만 명 수준이지만, 실제 통합돌봄 사업 참여자는 한 자치단체당 2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올해 안에 전국적으로 2천~3천 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대상 장애인의 1~1.5% 수준에 불과하다. 인건비 지원 인력 역시 발표 자료에 명시된 5,340명이 아니라 실제로는 2,400명에 그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지금은 전략보다 전술 단위의 치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장애인 전용 건강관리센터 활용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참석자는 복지가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관점에서 권리 중심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는 의견을 보탰고, 또 다른 참석자는 분절된 의료·복지를 잇는 케어 매니저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제언을 남겼다. 좌장 변재관 박사는 중증·중복 장애인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통합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짚으며, 현재의 노인장기요양보험 틀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새로운 돌봄재정체계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세션을 마무리했다.
이날 다루어진 주제와 논의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향해 우리가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 그중에서도 이제 막 첫발을 떼는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마주했다. 그러나 그 곁에는 손을 잡아주고, 넘어지지 않도록 받쳐주고, 다시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응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앞으로도 그 역할을 기꺼이 함께해 나갈 것임을, 말이 아닌 하루의 논의로 보여주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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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건강관리 가이드라인
척수 손상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것
이번 호부터 장애인 건강관리 가이드라인 동영상을 한 편씩 소개합니다. 2024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동영상 전체는 협의회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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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 · 인터뷰 지난 한 달간 발표된 장애인 건강과 보건의료에 관한 협의회 회원의 기고나 인터뷰를 선별하여 싣습니다. 회원과 독자의 제보 환영합니다. (kahcpd@gmail.com)
김규철의 오늘의 책
김규철 님은 내일신문 기자로 우리 협의회 홍보 이사입니다.
박종혁의 기고문
박종혁 님은 충북의대 교수로 우리 협의회 이사장입니다.
서인환의 회초리서인환 님은 장애인인권센터 대표 이사로 우리 협의회 부회장입니다.
조주희의 포용교육 현장노트 조주희 님은 총신대학교 교수로 우리 협의회 교육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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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소식
2026년 장애인 재난안전교육 사업 추진 회의 및 업무 협약(예정)
- 일시: 8~9월 중
- 참여: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충청북도소방본부, 청주동부·서부소방서, 청주시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충북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청주시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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