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타는 딸 시아가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의 일이다. 친구가 시아에게 진지하게 물었다고 한다. “너는 수영을 휠체어에 앉아서 하니?” 그도 그럴 것이 패럴림픽 중계를 빼면 생활 체육 속에서 ‘운동하는 장애인’을 마주칠 기회는 거의 없으니까. 그 일이 있고 몇 해가 지나는 동안 헬스클럽, 필라테스, 요가원이 동네마다 들어찼지만 어디에서도 장애인 이용자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키움런을 처음 떠올린 건 거창한 정책 구상이 아니었다. 지민이와 함께 탄천을 달리던 어느 날, 뒤에서 러너들이 쌩쌩 앞질러 지나가자 아이가 무서워했다.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별일 아니라는 듯 한데 섞여 운동을 한다. 장애인-비장애인 러너가 자연스럽게 섞여 달리는 마라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 자라기 시작했다.
마침 키움증권이 후원을 제안해 왔다. 2025년부터 2년 동안 7천 명이 함께 달렸고, 1천 명의 러너가 ‘함께러너’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키움런을 치르며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갖고 운영했다.
첫째, ‘펀 런(fun run)’으로 설계해 시상을 하지 않았고, 속도와 경쟁 대신 모두의 안전과 ‘달린다는 경험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았다. 서로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길을 함께 달려보는 자리로 만들고 싶었다.
둘째, ‘서로 다른 몸의 러너와 어떻게 안전하게 달리는가’를 되도록 많은 참가자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모든 러너들이 다양한 러너와 함께 달리는 방법을 알게 할 수 있도록 ‘함께러너’란 제도를 운영했다. 다양한 장애 러너들과 코스에서 안전하게 달리는 방법에 대한
동영상을 전체 러너에게 배포했다. 2026년 행사에서 5천 명의 러너 중 무려 20%나 되는 1천 명의 러너들이 거의 20분 가까운 교육 영상을 시청했다.
셋째, 접근성을 행사 전 과정에 녹이려고 노력했다. 신청 페이지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을 고려해 만들었고, 모든 문구는 발달 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감수받았다. 행사장에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이송 차량과 휠체어 이용자용 탈의실, 발달 장애인 심신 안정실을 운영했고, 장애 친화 의료 부스를 운영했으며, 무대에는 수어 통역과 문자 통역을 배치했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따로 있었다. 접근성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면 일단 당사자들이 오도록 해야 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음해에 또 고쳐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