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방 자치 제도가 34년 시행되는 동안, 지역사회는 공동체 위기와 지역 소멸, 기후 위기와 삶의 위기, 관계 단절과 고립화 등 복합·다중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주민 자치와 마을 공동체 정책은, 2000년대 들어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다중적 위기를 풀어가기 위해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힘으로, 국가와 시장에 예속되지 않고 주민의 자치와 협동에 바탕을 두고 주체적이고 민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실천적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본격 추진되었다.
정치 제도와 행복의 연관성도 살펴보면 직접 민주주의가 발달할수록, 지방의 자율성이 높을수록 주민의 행복 수준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의 지방 자치와 분권화는, 국가 주도의 지역 개발과 정책 한계를 반성하면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한 주민 스스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내발적 발전 동력을 만들어가기 위한 능동적인 민관 거버넌스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지방 자치 노력에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오랜 중앙 집권의 영향으로 자치권은 제한되어 있으며, 지방의 권한과 재원은 아직도 중앙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어 자주 재원 비율은 미약한 편이다.
정부는 2024년 3월에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돌봄통합지원법)’을 제정하였다. 향후 시행령, 시행규칙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2026년 3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을 통해 그동안 진행된 ‘통합돌봄 선도사업’과 ‘통합지원 시범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고, 돌봄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하여 제공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함(제1조)’을 목적으로 한다. 평생 살아온 마을에서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마을 돌봄’ 활동을 진행해 온 공동체는 중앙 정부의 돌봄 정책이 시행되기 전부터, 서비스의 접근 편의성, 소규모 공동체적 돌봄, 틈새 돌봄 제공을 통한 삶의 안전망 공백을 메꾸는 역할을 해 왔다. 현재도 마을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수요층은 대부분 아동, 장애인, 고령자 등 이동이 취약한 계층이다. 이 때문에 그들이 살고 있는 익숙한 생활권 내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 돌봄은 공동체의 오랜 가치이자 원리
마을 돌봄은 장애인 당사자성을 기반으로 물리적 접근성과 더불어 서비스 제공도 소규모 공동체적 돌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커뮤니티 케어가 기관을 통한 제도적 돌봄과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탈시설’이다. 마을 돌봄이 추구하는 돌봄 서비스의 형태는 대규모의 표준화된 돌봄 서비스가 아닌 소규모의 가정적인 형태로 돌봄 대상자와의 관계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돌봄이다. 예를 들어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 시간의 제약을 받는 교육 제공 외에 생활 공간에서 바우처, 그룹 홈, 주간 보호 센터 등 활동으로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 왔다.
공적 돌봄의 중단된 수요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마을 돌봄은 또다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마을 돌봄은 물리적 접근성과 소규모의 공동체적인 돌봄의 장점을 살려 취약한 돌봄 대상자에 대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 등 재난 위기 시에도 상호 부조를 통해 ‘서로를 돌보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활동은, ‘마을 기반’ 생활 공간에서 일상 활동을 통해 ‘돌봄과 삶의 공간’으로 실행할 공동체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 공동체 활동 주체의 성장과 인식 변화 과정은, 이후 우리 사회를 새롭게 혁신하고 변화시키는 대안 활동으로 작동시키는 중요한 사회 자본으로 중요하다. (4월 호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