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삶
김상희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변화라기보다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몸의 변형과 만성 통증이 겹치며 일상은 점점 더 관리의 영역이 된다. 특히 뇌 병변 장애인은 불수의적 움직임과 마비로 인해 자세 유지가 어렵고, 그 결과 목·허리 디스크와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반복적으로 겪는다. 나 역시 목과 허리에 디스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나는 20대 후반에 경추 1~2번 부위의 큰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던 허리 통증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대학 병원에서 오래전부터 붙지 않은 목뼈 골절을 진단받았다. 어린 시절 물리 치료를 받던 과정에서 적절하지 못한 치료 환경과 대응으로 인해 발생했던 골절 사고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당시 충분한 치료와 추적 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는 성인이 된 이후 고스란히 돌아왔다. 의사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장애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했고, 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선택했다.
수술 이후 회복은 길고 더뎠다. 강직 완화를 위해 반복적인 주사 치료와 장기간의 재활 치료가 필요했다. 병원과 재활 병원을 오가며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병상에서 보냈고, 이후에도 수년간 치료가 이어졌다. 문제는 수술 이후의 삶이 ‘회복’이 아니라 ‘관리’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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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는 재활 병원에서 물리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치료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재활 치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중단되거나 제한되고, 결국 1년 단위로 보따리장수처럼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다녀야 한다. 다른 치료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의료 제도에 맞추기 위해 이동하는 셈이다. 몸의 상태는 연속적인데, 의료 서비스는 연속되지 않는다.
직장에 다니는 장애인에게 치료 시간 조율 또한 큰 부담이다. 병원 운영 시간은 대부분 근무 시간과 겹치고, 치료를 받기 위해 연차나 병가를 반복적으로 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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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 속에서 나는 병원 치료를 보완하기 위해 장애인 운동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비용 부담이 크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에도, 비용은 개인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아프지 않기 위해 치료를 받고, 치료를 받기 위해 시간을 조정하고,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몸은 조금씩 나아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과 불안은 쌓여간다. ‘아프면 다 돈’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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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인에게 건강 관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재활 시스템은 단기 치료와 제한적 지원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관리와 연속적인 지원을 필요로 한다. 아파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기 위해 관리하는 삶이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와 건강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아파도 마음 놓고 아플 수 없는 사회에서, 최소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개인의 부담과 희생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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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이 되지 않으려면
이준수(노원나눔의집 장애인주거지원센터 팀장)
얼마 전 보건소 재활보건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CBR (주: community-based rehabilitation, 지역사회 기반 재활) 담당자와 협력 회의를 하던 중, 너무 공감되는 말씀에 자연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으면 뭐 해요, 실제 활동지원사를 통해 구현되어야죠.” 장애인 건강에 관심 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현재 장애인 건강 정책은 전달 체계를 세밀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사례 관리를 잘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모든 것들이 제공자 중심에 맞춰져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대부분 ‘연계’를 열심히 하겠다는 말뿐, 실제 장애인과 밀접하게 함께 지내는 활동지원사 및 사회복지사와의 일원화된 계획은 ‘활동지원사 등 돌봄 종사자 교육’이라는 한 줄이 전부다.
필자는 장애인 건강 보건 전달 체계의 시스템 안에서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실제 장애인 건강을 구현하는 데 늘 딜레마를 느끼며 지냈다. 가령 장애인에게 구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지역 안에서 장애인 구강 관리 의료기관을 연계하면 그뿐이었다. 그 이후 장애인의 일상 구강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세심하게 알 방법이 없었다. 장애인의 활동지원사나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으면, “치과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하고, 치료받으면 그때뿐”이라는 볼멘소리만 들려왔다. 활동지원사와 보호자의 한숨 소리와는 다르게, 나는 실무자로서 ‘연계 1건’이라는 실적이 남아 상위 기관에 보고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딜레마 속에 현재 장애인 지원 주택으로 이직을 하게 되어, 아주 일선에서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2019년부터 장애인 지원 주택을 시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어, 사업으로 인해 지금까지 시설을 나와 지원 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350여 명에 이른다.
시설에서 건강 관리가 잘된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건강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지원 주택으로 오신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건강 관리의 필요성부터 알려드려야 했고, 병원이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것 또한 차근차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과 함께 지내는 활동지원사의 역할인데, 활동지원사의 평균 연령이 워낙 높다 보니 자기 고집도 있고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처음에 애를 먹었었다. “내가 제일 잘 알아”의 스탠스를, 서서히 신뢰로 다가가 ‘함께’로 방향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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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장애인별 지원자 카톡방을 만들어 건강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진료 결과와 향후 건강 관리 계획을 활동지원사와 수시로 소통하며 발맞춰 나가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인근 지역사회 건강 기관과 함께 사례 회의도 진행하여 오로지 작업치료사인 내 시각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입주민 중심의 방향을 잡는 데 온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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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장애인 건강을 잘 챙기려면, 큰 틀에서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장애인과 함께 지내는 사회복지사 및 활동지원사와의 긴밀한 소통 체계도 무척 중요하다. 장애인 건강은 ‘연계’로 끝나지 않고, 장애인 당사자가 주도권을 갖고 다양한 지원자들이 결합했을 때 진정한 건강 관리 체계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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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뉴스레터를 읽고
조주희(교육이사, 총신대 교수)
- 지난 호의 모든 글은 장애를 치료의 대상이 아닌 삶의 조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공통 문제 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제도와 정책 차원의 책임을 강조하고, 언어·태도·일상의 실천을 통해 그 방향을 구체화합니다. 장애 포용이 특정 집단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호는 공공성·전문성·일상성을 균형 있게 담아낸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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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 · 인터뷰 지난 한 달간 발표된 장애인 건강과 보건의료에 관한 협의회 회원의 기고나 인터뷰를 선별하여 싣습니다. 회원과 독자의 제보 환영합니다. (kahcpd@gmail.com)
김규철의 내일의 눈
김규철 님은 내일신문 기자로 우리 협의회 홍보이사입니다.
서인환의 회초리서인환 님은 장애인인권센터 대표 이사로 우리 협의회 부회장입니다.
조주희의 기고문 조주희 님은 총신대학교 교수로 우리 협의회 교육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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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소식: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간담회
우리의 목소리가 정책의 밑거름이 됩니다
김소영(총무이사, 충북대 교수)
지난 1월 30일 오후, 협의회 사무국에서 준비한 따뜻한 차와 함께 한 좋은 대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협의회는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장애인 보건 정책을 총괄하는 차전경 국장님, 권봉목 사무관님, 서희옥 주무관님과 함께 귀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협의회에서는 임재영 회장님을 비롯해 총 아홉 분이 참석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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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당사자가 함께 만드는 변화, 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차 국장님의 따뜻한 환영사로 시작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협의회가 그동안 정성껏 일궈 온 사업들을 소개했습니다.
- 누구보다 소중한 장애인 건강권 교육
- 보건의료 현장의 지혜를 모으는 건강 연구 확산 지원
- 가장 취약한 순간을 지키는 재난 안전 지원 사업
- 곁에서 힘이 되는 다학제 장애인 주치의팀 활성화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절감했던 장애인 재난 안전 체계의 필요성과 장애인이 일상에서 양질의 건강 정보를 더 쉽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모두가 깊이 공감했습니다.
우리는 정부에 소중한 제안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의료 중심을 넘어, 장애인 당사자의 삶 중심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라는 목소리를 전하며, 지역 사회에서 다학제 팀이 장애인의 일상을 살피는 모델이 꼭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복지부에서도 우리 협의회가 정부와 현장을 잇는 든든한 가교가 되어 주길 기대하며, 제안한 모델들을 정책에 어떻게 녹여 낼지 함께 고민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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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장기요양보험이나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환자 경험 조사 등 보건의료 현장 전반에서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는 ‘장애 포용적 보건의료 환경’을 만들고, 척수 장애 등 각 장애 특성에 맞는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하자는 의미 있는 약속들도 나누었습니다.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회원 여러분의 의견이 전달되고 우리의 경험과 전문성이 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책 기관과의 만남의 시간을 더 넓혀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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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소식
2025년 제19회 한국장애와건강포럼
- 일시: 2026년 1월 22일(화) 12:00~13:00
- 주제: 고령화 장애인의 장애 유형별 건강 결정 요인과 경험(동영상)
돌봄과미래·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간담회
- 장소: 돌봄과미래 회의실
- 일시: 2026년 1월 28일(수) 12:00~14:00
- 안건: 2026년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하계 학술 대회 공동 주최 등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간담회
- 장소: 보건복지부 세종 청사
- 일시: 2026년 1월 30일(금) 15:00
- 안건: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안)」 관련 협의 등
2025년 제20회 한국장애와건강포럼 개최(예정)
- 일시: 2026년 2월 26일(목) 12:00~13:00
- 주제: 장애인 구강 건강과 치과 의료(YouTube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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