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시간
정지희
지금껏 이 땅 사는 동안
난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
몸과 마음은 아프지만
저 먼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버텨 본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있었기에
지금도 아픔을 극복하며 버텨 본다.
세월이 지나 어느덧 장년
청년 시절엔 그리움에 찌들어
눈물을 머금고 정신이 아팠지.
지금은 저 먼 본향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내 아픈 마음
눈물의 긍정으로 이겨 본다.
내 몸과 마음과 정신병이 치유되길 바라며…
가는 시작이 힘들더라도
가는 끝이 좋은 결과를 이뤄 내기를…
저 높고 푸른 하늘에 무지개 빛을 바라보며
푸른 산을 날아가는 새처럼
내 인생의 눈물의 여정도 웃음의 기쁨으로
힘껏 날기를 바라며…
어떠한 새도 날개를 다치면 날지 못함으로
저는 새 한 마리를 다독이며 상처를 감싸 줄 것입니다.
제 인생도 날개 없는 제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니
제 마음 날고 싶어 오늘도 어깨를 어루만집니다.
지금도 나보다 더 아픈 사람들을 위해 살기를
기원하며 내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껏 많은
환자를 돌보기를 진심으로 살기를 바라며
서로의 아픔을 잘 어루만지기를 진심으로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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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행복울타리 시설에서 지내는 정지희 회원입니다.
저의 삶을 되돌아보며, 내 아픈 마음에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 시를 썼습니다. 그 시가 바로 ‘세월의 시간’입니다.
물론 슬플 때도 있고 우울할 때도 있지만, 저에게는 희망을 주는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있었기에 아픈 병을 극복하고 이겨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저의 메시지는 그리움 속 기쁨의 멜로디처럼, 제 삶을 시로 표현한 것입니다.
가엾은 제 마음 밭에 오늘도 부지런히 열매를 키울 수 있었기에,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은 가족들과 대화하고 여행 가는 것입니다. 제 몸과 마음이 정신병을 이길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꽃을 가꾸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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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으로 지키는 건강한 일상
이경민(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작업치료사)
현장에서 다학제 장애인 건강 주치의 팀으로 일하며 제가 늘 느끼는 점은, 건강 관리가 단순한 치료를 넘어 그분의 일상 전체를 돌보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건강은 삶의 환경, 사회적 관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복합적인 영역입니다.
고혈압과 당뇨병 전 단계로 우리 주치의 서비스에서 만성 질환 관리를 받고 계신 남편 A님과 아내 B님 부부는 우리 민들레 조합에서 가장 성실한 ‘건강반 활동가’입니다. 주 1회 운동, 초간단 요리 교실, 동네 줍깅(주: 가볍게 조깅이나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봉사까지, 두 분은 늘 웃는 얼굴로 함께하십니다. 다만, 청각 언어 장애로 인해 약 복용 시기를 잊으시는 경우가 있어, 우리는 두 분의 어머니와 따님과도 긴밀하게 소통하며 복약 관리를 챙겨 왔습니다. 이렇게 쌓아 온 지속적인 관계가 바로 우리 팀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A님이 사무실 4층으로 급히 뛰어오셨습니다. 종이와 펜으로는 답답했는지 몸짓으로, 아내 B님이 아프니 지금 당장 같이 집으로 가자고 다급하게 요청하셨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저는 하던 일을 멈추고, A님에게 아내 B님을 의원으로 모셔 오시도록 글로 써서 요청한 뒤, 의원 접수를 부탁하고 곧바로 두 분이 계신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횡단보도 너머로 남편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통증에 주저앉는 아내 B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심한 통증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소통의 단절이었습니다. A님의 다급한 몸짓으로는 증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고, 어머니께 전화로 여쭤보아도 정확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과거에 두 분이 아플 때마다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며, 이분들에게 ‘당연한 의료 서비스’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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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주저하지 않고 수어를 아는 청각 장애인 복지관의 사회복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수어 통역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민들레 의원의 원장님과 직원들이 신속하게 진료를 준비하는 동안, 당사자와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수어를 잘 아신다는 팀장님과 영상 통화를 하였습니다. 화면 너머로 B님이 전하는, ‘담이 들린 것처럼 어깨가 아프다’는 정확한 증상을 확인했을 때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모두가 B님을 위해서 다 같이 협력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남편 A님도 웃으시면서 엄지척을 해 주셨습니다.
원장님의 주사 처방으로 급한 통증은 가라앉았고, 주변 사람들은 B님이 동네 공원에서 ‘과도한 운동’을 했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습니다.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것을 넘어, 재발을 막고 B님이 좋아하는 조리나 청소 같은 일상생활 활동에 안전하게 참여하도록 돕는 것이 작업치료사인 저의 역할입니다. 일차 의료는 이처럼 질병 뒤에 숨겨진 환자의 생활 습관과 환경까지 함께 돌봐야 합니다.
이번 경험은 우리 다학제 팀이 지향하는 지속적인 건강 관리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성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소 두 부부의 상황과 배경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응급실 방문 없이도 가장 효율적이고 따뜻한 방식으로 위기를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 건강 관리는 특정 의료인의 선의나 책임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제도적인 책무로 정착되어야 합니다. 의료인뿐 아니라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지역 사회와 함께 협력과 연대를 이룰 때, 그 두 분처럼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환하게 웃으며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작은 출발이 장애인 의료 체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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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도전 만화 <동네의사 야옹선생>은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의원(민들레의원) 박지영 원장의 작품이다. 동네에서, 진료실에서 만난 사람과 삶을 담은 그의 만화를 보다 보면 다학제 장애인 건강 주치의 팀의 필요성을 절로 느끼게 된다. 협의회 뉴스레터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공유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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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 · 인터뷰 지난 한 달간 발표된 장애인 건강과 보건의료에 관한 협의회 회원의 기고나 인터뷰를 싣습니다. 회원과 독자의 제보 환영합니다. (kahcpd@gmail.com)
서인환의 회초리서인환 님은 장애인인권센터 대표 이사로 우리 협의회 부회장입니다.
조주희의 기고문 조주희 님은 총신대학교 교수로 우리 협의회 교육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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