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장애 신설의 의미와 과제
김재현(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2026년 7월 1일, 우리나라의 법정 장애유형에 ‘췌장장애’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2003년 이후 23년 만의 확대로, 장애유형은 15개에서 16개가 되었다. 췌장장애란 ‘췌장의 내분비기능 부전으로 인한 혈당조절의 장애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생기는 1형 당뇨병 환자를 포함하여, 인슐린 분비능이 심각하게 떨어진 2형 당뇨병 환자, 여러 가지 이유로 췌장절제술을 받거나 췌장을 이식받은 환자와 가족들과 관련 의료진이 오랜 시간 목소리를 모아 얻어낸 결과이다.
당뇨병을 장애라고 하면 낯설게 느끼는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1형 당뇨병을 포함하여 인슐린의 분비가 심각하게 저하되는 상태는 생명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자와 가족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혈당을 확인하고, 먹는 것과 활동량에 맞춰 인슐린 용량을 스스로 계산해 주입해야 한다. 그렇게 애를 써도 심한 저혈당이나 당뇨병케토산증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합병증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능의 손상으로 일상과 사회 참여에 제약을 받는 상태’라는 장애의 국제적 정의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췌장장애 신설의 가장 큰 의미는 이것이 ‘개인이 더 노력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임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데 있다. 등록하면 요건에 따라 활동지원, 장애수당, 의료비 지원, 공공요금 감면과 세제 혜택 등의 대상이 되고, 장애인 전형으로 입시나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올해 12월까지 우선심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남은 과제가 있다. 첫째, 판정 기준인데, 현재는 6개월 이상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다회 주사 또는 인슐린펌프)를 받으면서, 3개월 이상 간격을 둔 두 차례의 C-펩타이드 검사에서 인슐린 분비 기능이 기준 이하로 확인되어야 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국내 1형 당뇨병 환자 중 상당수가 인정받지 못하며, 특히 진단 초기의 경우 더 그러하다. 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분비량과 무관하게 심한 혈당 변동과 무감지 저혈당으로 큰 제약을 겪는 환자들이 제도 밖에 남을 수 있어, 시행 경험과 자료를 모아 기준을 다시 다듬는 일이 필요하다. 둘째, 등록이 곧 지원은 아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의 실질적인 보장, 다학제 당뇨병 교육에 대한 합당한 보상, 그리고 아이가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혈당을 재고 인슐린을 맞을 수 있는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제도가 비로소 삶을 바꿀 수 있다. 최근 췌장장애 진단 기준에 맞게 당뇨병관리 의료기기 지원 정책이 변경될 예정이므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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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췌장장애에 대한 인식이다. 실제로 장애 등록을 망설이는 청소년과 부모가 적지 않은데, 등록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며, 그 선택이 낙인이 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과 존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췌장장애 신설은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앞으로 쌓일 등록 자료와 진료 경험이 췌장장애 등록 기준을 정교하게 만드는 근거가 될 것이다. 췌장 장애인들이 교실이나 직장에서 인슐린을 맞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사회, 그것이 이 제도가 향해야 할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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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열쇠
김철이
필자는 의료 혜택 부재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절에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으나 태어난 지 세 칠* 만에 수면 놀람증을 앓게 되었고, 부랴부랴 모친의 등에 업혀 병원을 찾았으나 주사 부작용으로 인해 몸이 꼬이고 뒤틀리는 뇌 병변(뇌성마비) 장애의 멍에를 지게 되었다.
철이 들면서 마주했던 그 시대 장애인의 삶이란 비참했다는 표현이 부족할 실정이었는데, 슬하에 장애아 자식을 두게 된 부모님 심정이야 억장이 무너졌을 터. 집안 살림살이는 뒷전으로 미뤄놓으신 부모님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갓난아기를 둘러업은 채, 헛소문인지 참말인지 가려낼 겨를도 없이 양의술이 뛰어나다는 양의는 물론 한의술이 용하다는 한의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동분서주하셨단다.
훗날 부모님께 전해 들은 유아기 필자의 투병기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웠단다. 지금 생각해도 차마 떠올리고 싶지 않은 필자의 병상 기록 중 몇 사례를 서술하는 한편, 지금의 건강보험이 장애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마음 깊이 성찰해 보기로 한다.
필자가 세상에 태어난 지 4주째부터 부산 메리놀병원 외래진료를 3년 동안 받았었는데 반나절 줄을 서서 기다려 첫 상담이 이루어졌고, 강보를 들춰 모친의 등에 업힌 아기를 내려다본 서양인 담당의의 서툰 첫마디는 “어머니, 이 아기 안 됩니다. 아기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였다.
필자 나이 세 살 때 경주 아무개 한의원이 용하다는 뜬소문을 듣고 찾아갔더니 성인 손으로 한 움큼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의 머리 사방에다 길이 12~13 ㎝나 되는 대침을 꽂아대니 아이는 기가 넘어 자지러지고 말았단다.
필자 나이 네 살 때였다. 서울 아무개 병원장의 조언에 따라 필자의 두 다리 허벅지 끝에서 발가락 끝까지 통깁스를 단행했으나 하룻밤도 견디지 못해 수시로 꼬이고 뒤틀리는 장애 특성 탓에, 곤히 단잠을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라 깨곤 했는데 통깁스를 한 채로 좌우 돌아눕기는커녕 마네킹처럼 반듯이 누워 자야만 했으니 얼마나 불편하고 갑갑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 보다 못한 부모님께선 갖은 고생 끝에 통깁스를 제거해 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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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병상 사례가 행해졌던 건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시행된 1989년 7월** 전이었으므로 필자의 각종 치료비는 전액 자부담이었다. 그 당시 건강보험이 존재했더라면 박봉의 공무원이셨던 부친의 외벌이 가계에 크나큰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큰 병이든 잔병이든 아프다는 건 크나큰 우환이 아닐 수 없다. 그중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의료비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IL (independent living, 자립생활) 센터 대표를 여러 해 맡았다. 장애인이 시설이나 가정에 갇혀 살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자립생활 지원, 권익옹호, 당사자 역량 강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만났던 숱한 장애인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몸에 지닌 장애가 문제가 아니라 유형마다 복합적으로 들러붙는 크고 작은 병치레가 생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싶었다.
대부분 건강보험 부재의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던 그들과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던 건, 건강보험 자체에 대한 최소한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지니지 못한 채 자기네들을 위한 의료 혜택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는 것이었다.
한때 시민운동가, 장애 철폐 운동가로 활동했던 필자는 세상 그 어떤 제도건 본궤도에 오르기까진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이 없이는 존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다. 돈도 명예도 건강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이기에 장애인 당사자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건강보험이란 장애인 삶에 있어 희망의 열쇠라고 단언한다.
*삼칠 또는 세이레, 21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뜻. **건강보험 적용이 도시 지역 자영업자까지 확대되어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가 시작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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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건강관리 가이드라인
슬기로운 이명 관리
2026년 8월 뉴스레터부터 장애인 건강관리 가이드라인 동영상을 한 편씩 소개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장애인 건강관리 가이드라인 동영상 전체는 협의회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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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 · 인터뷰 지난 한 달간 발표된 장애인 건강과 보건의료에 관한 협의회 회원의 기고나 인터뷰를 선별하여 싣습니다. 회원과 독자의 제보 환영합니다. (kahcpd@gmail.com)
박종혁의 기고문
박종혁 님은 충북의대 교수로 우리 협의회 이사장입니다.
서인환의 회초리서인환 님은 장애인인권센터 대표 이사로 우리 협의회 부회장입니다.
조주희의 포용교육 현장노트 조주희 님은 총신대학교 교수로 우리 협의회 교육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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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소식
2026년도 장애인 건강권 교육 ‘장애와 건강’ 종료
- 기간: 2026년 7월 22일 ~ 8월 26일(총 6주)
- 장소: 온라인 줌(ZOOM)을 통한 비대면 교육
- 결과: 총 104명 수료
보건복지부 김성철 장애인건강과장 미팅(예정)
- 장소: 세종 보건복지부 청사
- 일시: 2026년 9월 17일(목) 10:00
- 참석: 임재영 회장, 박종혁 이사장, 김소영 총무기획이사 등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장애인 건강지키미 플랫폼' 사업 월간 정기회의(예정)
- 장소: 온라인 줌(ZOOM) 진행
- 일시: 2026년 9월 23일(수) 14:30~15:30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단체 하반기 연수(예정)
- 장소: 정부세종컨벤션센터
- 일시: 2026년 9월 29일(화)~30일(수)
- 내용: 장애인정책 전문가 특강, 보건복지부-소관 장애인단체 정책소통
- 참석: 박종혁 이사장, 김소영 총무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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